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손잡고 청와대 춘추관 옆 헬기장에서 9월 9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은 6시 20분부터 입장인데 10분 늦었더니 자리가 저 뒤로 ㅠ
‘헬기장’답게 야외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해가 지면서 시원한 바람을 타고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했다.
본 공연을 10여분 앞둔 시간에 갑자기 자리를 정리하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여느 실내 공연장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사회가 뒤숭숭해서일까? 목소리는 좋은데 다소 강렬한 소리였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고 잠시 후 이날 진행자 김경화 아나운서가 등장하면서 공연 레퍼토리와 출연진 및 지휘자를 소개하면서 본 공연이 시작됐다.
이날 공연은 클래식과 민요 및 K-POP 등의 음악과 미디어아트가 접목된 컬래버레이션으로 융합된 무대를 선보였다.
첫 곡은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즈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포문을 열였다. 이날 지휘자는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홍석원이었다. 야외에서 맑은 밤하늘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무대 중앙에는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자리였고, 그 위에는 원형의 모양의 대형 스크린을 겸한 미디어 장치가 있었다. 좌우에는 주로 세로형 모양의 사각 미디어 장치와 좌우 끝에는 대형 스크린을 겸한 미디어 장치도 있었다. 이 3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연주자와 출연진의 모습이 카메라로 송출되어 멀리서도 잘 보였다.
낯선 미디어아트 때문이었을까? 연주와 음악 소리를 듣기엔 미디어아트의 화려한 시각적 요소로 인해 청각이 방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연주곡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사단조의 연주가 이어졌고, 세 번째 연주곡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8번이 연주됐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진행자는 무대로 나와서 다음 곡과 출연자를 소개했다. 곡에 대한 해설보다는 주로 연주자에 대한 소개였다.
네 번째 곡은 드디어 개인적으로 기다리던 선우예권 피아니스트 무대였다. 젊고 유능한 홍석원 지휘자의 지휘봉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와 선우예권 피아노 소리는 블루하우스 콘서트의 본격적인 무대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때부터 블루하우스 콘서트가 아쉽기 시작했다. 첫 곡부터 미디어아트와 컬래버레이션은 그저 나 혼자만의 낯선 것이라 생각했다. 무대에는 공연 시작 전부터 선우예권과의 이 협연을 위해 그랜드피아노 한 대가 있었다.
이 곡을 연주하는 내내 눈을 감고 듣는 것이 차라리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에 대형 스크린이 3대나 있었지만 선우예권의 얼굴, 어깨부터 팔과 손등까지만을 보여줬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 실력과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가락과 피아노 건반을 보고 싶었던 것은 나만의 욕심이었을까?
연주를 직접 들어보려 자리에 앉은 것은 내가 원하던 위치도 아니었기에 불만은 없었다. 그래도 대형 스크린을 믿었다. 아니 카메라 감독님을 믿었다. 아트디렉터와 공연문화계의 저명한 양정웅(총감독), 황지영(총연출), 이 두 분을 더 믿었다.
현장에는 지미집(크레인 같은 구조 끝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아래에서 리모컨으로 촬영을 조정하는 무인 카메라 크레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손가락과 피아노 건반조차 볼 수 었었다니 너무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어진 차이콥스키 발레 ‘호두까기 인형’ 중 그랑파드되 연주에 이어 박종성 하모니시스트의 민요연주 ‘새야새야’에 색다른 감동을 받았다. 하모니카 소리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면 이렇게 멋진 무대도 되는구나.
이어지는 무대는 팬텀싱어로 대중적인 얼굴의 국악인 고영열 무대가 이어졌다. 고영열의 묵직한 음성과 고수의 추임새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 클래식 공연의 대중적인 확장성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이어지는 ‘아리랑’ 무대를 앞두고 갑자기 진행자가 무대로 등장했다.
객석이 술렁거렸다. “진행자가 갑자기 왜 나왔지?”하는 소리였다. 앞선 무대에서 다음 곡의 등장을 위해 고영열이 퇴장했기 때문에 진행자가 나온 것 같았다. 진행자는 본인의 실수였다며, 객석을 향해 90도 인사로 사과하고 다시 퇴장했고, 공연은 이어졌다. 이런 실수는 애교 수준으로 넘길만하다.
실은 이런 공연의 진행자는 대개 무대의 한쪽 끝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서 진행을 하는데, 시작부터 진행자가 무대의 좌우를 걸으면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눈엣가시였는데, 결국 사고(?) 치신 듯.
암튼무튼 전반적으로 여기까지 소감은 아무리 무료 공연이지만 리허설이 제대로 안된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클래식 애호가도 많이 왔고, 유명 스타를 보러 온 관객도 있었겠지만 자잘한 실수가 너무 많이 보였다.
다음 곡 연주가 시작되려는데 객석에서 바라보는 무대의 왼쪽에 조명이 관객의 얼굴을 향했다. 움직이는 조명이려니 생각했던 관객들은 그냥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30초 이상 계속 움직이지 않는 조명 빛을 손으로 가리거나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눈이 얼얼한 관객들의 이상행동을 인식했는지 그 조명기 한 대가 갑자기 꺼졌다. 이런이런.
객석 중앙 맨 뒤에는 콘솔이 있다. 그 뒤에는 조명을 설치하고 핀조명 팔로우하는 사람이 올라가 있었지만 무대에 있는 아티스트를 종종 제대로 잡지 못했다. 리허설 부족으로 여겨졌다.
이어지는 무대는 마마무+(플러스) 솔라와 문별의 K-POP ‘댕댕’을 선보였다. 마마무+의 첫 곡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라이브 곡을 열창했다.
듀엣으로 노래할 때는 노래 부르는 가수와 그냥 호흡을 맞추는 가수가 있다. 대형 스크린에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가수를 보여줘야지 그게 엇박자가 나면서 왔다갔다하기 바빠 보였다. 암튼무튼 약간 매끄럽지 못했지만 마마무+ 솔라와 문별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지휘자께 감사를 표했다. 이에 홍석원 지휘자도 마마무+와 관객에게 답례를 위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전원 기립시켰다. 이때 또 실수가 나왔다.
이런 무대가 낯설었는지 마이크를 손에 잡은 마마무+는 오케스트라 협연이 쉽지 않았다면서 MR로 신곡을 보여드리겠다고 객석으로 시선을 향했다. 뒤에 서 있던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어색해하면서 슬그머니 그대로 앉기 시작했다. 바로 마마무+는 MR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이 무슨 상황인가.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곡인 라벨의 볼레로가 연주되면서 서쪽 하늘에 드론쇼가 펼쳐졌다. 헬기장다운 무대였다. 이때부터 관객의 시선은 무대가 아닌 서쪽 하늘을 향했다.
가을밤을 알리는 화려한 드론쇼는 7분 이상 이어졌고, 블루하우스 콘서트는 끝을 달렸다.
진짜 마지막 곡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테마곡 ‘맘보’로 객석과 하나가 된 무대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문체부가 주최하고 국립단체의 연주와 유명 아티스트가 참여해 미디어아트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선보인 이번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 무대는 신선했지만 많은 아쉬움도 남겼다.
내가 저 무대 위에 있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이었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생각해 봤다.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변화는 긍정적이었지만 나와 내 동료의 연주가 미디어아트의 시각적 요소로 청각이 방해되어 온전히 음악 본연의 모습을 전달하지 못했다면 속상했을 것 같았다. 국립단체에 소속이 되어 있어서 불가피하게 혹은 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했다고 치부하고 넘길 것 같기도 했다.
아무리 야외 공연이지만 공연 내내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하시는 관객 분들 종종 보이던데 손 높이 들고 촬영하시면 뒤에 계신 분들한테 방해되는 건 아실까. 또 여전히 공연을 안 보시고 휴대폰으로 카톡하시는 분들도 보이는데 제발 공연에 대한 기본 에티켓은 지켜주셨으면 좋겠는데. 게다가 공연도중에 중앙 통로로 버젓이 들락날락 하시는 분들은 어쩌시려는 건지.
이상한 건 이런 행동에 주의를 주는 스태프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이 글의 사진은 공연 시작 전과 중간에 드론쇼 장면, 커튼콜이 된 앙코르 무대 밖에 사진을 못 찍었다. 공연은 가슴 속에 담아두었고, 기억에서 지워질까해서 글로 남겨 놓기로 했다. 나만 공연사진 못 찍어서 아쉬운 건 ㄹㅇ 절대 없다.(이건 진심)
암튼무튼 좋은 무대를 위해 수많은 관계자 분들께서 수고를 해주신 점은 인정한다. 다만 명성에 어울리는 무대를 위해 충분한 테크리허설까지 겸해주셨다면 더 멋진 무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든다.
[옥에티]는 더 있었지만 개인적인 감정까지 덧붙이고 싶지는 않아서 이만.
'2023 블루하우스 콘서트'는 9월 10일(일)에는 오후 5시부터 시작된다. 이날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외에도 백재은(메조소프라노), 박혜진(소프라노), 양준모(바리톤), 임세경(소프라노), 사무엘 윤(베이스 바리톤), 김수정(메조소프라노) 등 최정상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하며 가곡을 선보인다.
또한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이 출연해 넬라판타지아와 아리랑메들리를 선사한다. 지휘는 장윤성이 맡는다.
"아~ 하나 덧붙이면 입장할 때 모기 기피제 줍니다. 꼭 사용하세요. 신기하게 모기 안 물렸어요^^ 그리고 공연장 객석이 잔디밭이지만 고무 플라스틱 재질의 소재를 깔아놔서 구두, 샌들, 슬리퍼 비추합니다. 특히 굽 높이 있는 힐~ 걷기 힘들 거예요. 운동화나 플랫슈즈 추천합니다. 공연 끝나고 나갈 때 퇴장하는 길에 춘추관 계단 조심하세요. 군데군데 약간 어둡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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