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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피흘려 쟁취한 가치는 무엇인가? [백서]에 담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

by 암튼무튼 2023.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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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가 백서(白書)가 아니었던 시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수없이 회자되는 조선시대의 사건만 나열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치르며 왕좌에 올랐던 태종과 조카를 몰아내고 용포를 입은 세조를 비롯해 용상을 차지했던 자들의 기록을 실록이라 하지않았던거.

 

해방을 맞이한 후에도 권력 최고의 자리를 두고 막전막후가 공개될때마다 진실은 뒤로한채 우리는 기록된 것으로 당시의 상황만 짐작할 뿐이다.  '쿠데타'라는 단어 조차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살던 시절도 있었고, '금지 곡'이란 이유로 음악인들을 잡아 가두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이야 5·16, 12·12 사건을 말할 때 군사 정변, 쿠데타 용어가 사용되지만 가까운 과거엔 민주화운동을 ○○사태로 불렀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제대로 된 명칭으로 부르게 됐지만, 지금도 그때의 상처는 잔존해 있고,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조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먼 훗날 이 명칭 조차 또 바뀔수는 있겠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죽기전에는 바뀌긴 힘들지 않을까.

 

좋은땅출판사에서 함문평 작가가 군 독재 시절을 지나온 각계각층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 <백서>를 펴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국무총리실의 사무관, 정보부대 군인, 대통령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품은 이야기는 군 독재 시절의 그늘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함문평 작가의 <백서>는 각 단편을 크게 세 가지의 범주로 묶었다. 첫 번째 단편은 군 독재 시절 정권을 미화하는 백서를 간행하라는 지시를 받은 국무총리실 사무관의 선택을 그린 ‘백서(白書)’, 아웅산 묘지 테러 사건을 다룬 ‘’, 박정희 정권의 심장을 쏜 김재규가 사형되기까지의 모습을 묘사한 ‘의인(義人)’, 최규하 대통령이 결국 하야를 택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기미정난(己未靖難)’을 재구성해 당시의 상황을 간접체험할 수 있도록 담아냈다.

 

두 번째 단편은 군 독재 정권 이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록됐다. 독재 정권 시절 군인이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군시절 건실했지만 사회에 진출해서는 고지식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민주주의와 자유가 찾아왔음에도 어째서 사회 구성원의 삶은 더 어려워진 것인지 그 아이러니가 날카롭게 찔러든다.

역사는 연대별로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돼 있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세 번째 단편은 한국 현대사의 다른 면을 조명하고 있다. 연평해전을 그린 ‘쓰리세븐(777)’과 이름조차 남지 않은 어느 누군가를 기록한 ‘군복(軍服)’을 이야기한다.

 

<백서>의 이야기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지나온 한국인들의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 효용과 존립 가치가 시험받는 요즘, 시민들이 피 흘려 쟁취한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을 우리는 잘 지키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백서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고 민주화운동을 ○○사태로 부르던 시대의 이야기. 《백서》는 군 독재 시절을 지나 온 각계각층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으로, 각 단편마다 등장인물, 시간대는 조금씩 다르나 모두 군 독재 시절의 그늘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민주주의 효용과 존립 가치가 시험받는 요즘,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
함문평
출판
좋은땅
출판일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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