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아름다워도
아름답게 보아야 아름답다
저 양귀비나 클레오파트라도
아름답게 보아야 아름다운 것이다
배송제 시인의 신간 [이쁘게 보아야 이쁘다]의 머리글 중에 나오는 글이다.
3년여 시간이 지나고 대면 활동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경기 침체, 전쟁, 코로나19,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등 각종 악재로 우울한 뉴스는 여전하다. 2023년 새해의 다짐이 무색하게 피로와 무력감이 마음을 좀먹고 있다. 친구들의 위로나 파이팅도 그때 잠시뿐이다.
너무 비관적일 필요까지는 없다. 그냥 세태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암튼무튼 어떤 위로나 힘내라는 말도 들리지 않을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시선의 전환이다.
배송제 시인이 이러한 시선에 관한 시집 [이쁘게 보아야 이쁘다]를 좋은땅출판사에서 펴냈다.
배송제 시인은 소소한 일상, 찰나에 스치는 감회도 놓치지 않고 고이 간직하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사랑하면서도 외롭다 / 외로워서 사랑을 주고받는다 /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동반자’과 같이 우리가 무심히 넘기는 감상의 한 조각을 핀셋으로 집어 올린다.
배송제 시인은 본래 모양이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한들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왜곡돼 있다면 거기에 맺히는 상은 그저 형체를 알 수 없는, 일그러진 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똑같은 날도 기분에 따라서 최악의 날이 되기도 하고 최고의 날이 되기도 한다. 혹은 시간에 따라서도 그날의 감회가 달라진다.
당시엔 지치고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때가 좋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사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눈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배송제 시인이 관심을 가지는 소소한 일상을 닮아 그의 언어도 간결하고 수수하다. 그래서 더욱 친근하고 직관적으로 마음에 와닿는다. 아울러 시의 밑바탕이 세상에 대한 애정이기에 세상의 어두운 면을 그릴 때에도 비관으로 빠지지 않고 밤이 지나면 해가 떠오른다는 것을 굳게 믿고 희망을 놓지 않는다.
“잠자던 맥박과
호흡이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나고
밤을 새워
기도하며 기다리던 열망들이
온 누리를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는”
‘새벽’ 모습에서 역동하는 삶의 의지를 느낀다.
배송제 시인에게 희망은 단순히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 앞길을 열어젖히듯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우리의 일상이 곧 희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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