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공연계에도 문화 소비 욕구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 공연예매처의 판매액이 두드러지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출간한 지 2년이 지난 책 <예술이 밥 먹여준다면>(이훈희 저자, 책과나무 출판)이 역주행하고 있다.
이 책 <예술이 밥 먹여준다면>은 공연기획과 예술경영 입문서로 지난 2020년 문체부 주관 <세종도서>에 선정된 교양도서로 출간당시 공연계의 뒷 이야기까지 전하고 있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출간하자마자 코로나 국면으로 돌입해 주춤했지만 최근들어 문화예술과 공연제작에 관심 있거나 진로 및 진학을 앞둔 사람과 수험생들에게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어 소개한다.
뮤지컬이나 연극 등 공연을 올릴 때, 배우는 연기를 하고 연출은 무대를 감독한다. 조명감독은 연출의 지시대로 조명을 세팅하고, 음악감독은 상황에 맞는 음악을 작사, 작곡한다. 연출부터 배우, 그리고 무대 위의 조그만 장치까지 눈에 확연히 보이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공연기획자와 예술 경영인이다.
이훈희 작가는 <예술이 밥 먹여 준다면>에서 공연기획자를 ‘반달’에 비유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건달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니면서 건달들과 어울리는 최익현(최민식 분)을 조롱하며 칭하는 말이다.
공연기획자는 좋은 공연을 골라낼 수 있는 미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팀을 꾸리고, 예산을 편성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홍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여기서는 마치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처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계산능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저자는 공연기획자를 ‘반달’이라고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인 CEO라기엔 미적인 안목이 탁월해야 하고, 예술가라고 칭하기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공연기획자, 그리고 예술경영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무대도 그런 것일까. 멀리 관객석에서 보는 무대는 조명을 받아 밝게 빛나기만 한다. 하지만 공연을 올리는 팀 내부로 더 가까이 오면 어떨까. 배우들, 주연부터 작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까지 월급은 어디서 나오는가. 조명을 설치하고 각종 소품을 설치하는 스태프들의 월급은 어디서 나오는가. 공연 전, TV 또는 인터넷 어딘가에서 본 광고는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공연장 로비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무대를 보고 있는 관객들이 꿈을 꾼다면 위에 제시한 모든 비용을 고려하며 무대를 기획하는 경영인은 현실의 ‘끔찍한’ 모습을 그대로 마주한다. 작가는 학교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것을 ‘호러’의 영역(창작, 작곡, 연출 등은 ‘판타지’라고 언급)이라 말한다.
책 <예술이 밥 먹여준다면>을 읽다 보면 예술계에서의 성공 역시 경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는 그동안 직접 공연예술계에 몸담으며 보고 느낀 현실을 제시함으로써, 꿈을 꾸는 모든 사람이 그래도 ‘현실’에서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다.
요즘은 공연을 보는 관객의 눈높이도 매우 높아졌다.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눈이 높아진 관객은 더 깊게 작품을 즐기려고 한다. 코로나 여파로 생긴 트렌드 '혼공'(혼자 공연 보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그들의 예리해진 눈과 귀와 마음을 만족시켜야 하는 임무가 공연 제작사에게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실무에서 활용하는 '뮤지컬 제작 50단계'가 소개되고 있어 공연관계자는 물론 공연과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일반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예술가는 배고프다고 했다. 하지만 배부르다고 예술이 안 되겠는가. 예술계에 입문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밥은 먹고 다니자",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말하는 책이 바로 <예술이 밥 먹여준다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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