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이런 책을 저자로 출간했다. 초보 작가들이 꼭 알면 좋은 내용의 책. 다시 읽어봤더니 제법 셀프칭찬할만하다는 것이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직접 겪어보고, 다른 책도 섭렵해 가면서 읽을 만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비하인드스토리는 누구나 있다. 나도 나중에 이 책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는 남겨둘까 생각 중이다. 그래서 이 책 ⟪책이 밥 먹여준다면⟫에 대한 내용을 미리 공개 좀 해놓으려고 인터넷에 '오픈'하게 되었다.
⟪책이 밥 먹여준다면⟫은 '책', '책쓰기', '출판하기', '출판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 책인데 내가 소개하려니 좀 쑥스럽긴 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제법 잘 정리됐다는 기특한 셀프칭찬에 온라인에 이제나마 공개해 본다.
왜냐? 이 책은 출간당시(2021년) 전자책으로 발행하지 않았고, 지금도 발행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 편에 정리된 내용에 설명할 예정이다. 지금도 전자책 발행으로 꿈꾸는 예비작가들이 넘쳐나고, 그런 꿈을 이용해 수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이쯤에서 접어두로 프롤로그로 시작해 본다.
우아한 책은 없다
그런 인연이 있다. 아무런 연고도 없었지만 몇 번의 회동 끝에 그를 보기 위해 눈 내리는 새벽 고속버스를 타고 능선을 걷는다. 내가 아는 한 시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던 한 노동자와 술 한 잔 걸치곤 없이는 죽고 못 산다는 듯 붙어 다녔다. 벽돌 몇 장쯤 되는 무게의 책을 배낭에 욱여넣고 함께 걷다 지치면 책을 읽는다고 했다. 이른 봄엔 산꽃이랑 나물을 뜯어 초장에 소주와 곁들이는 석양이 일품이라 한다. 시골에서 작은 책방을 열어 가끔 손님을 재우곤 하는 한 소설가는 보름달이 차기 전 늘 찾아오는 특별한 친구를 기다린다.
서로에게 매료된 이유가 ‘책’이란다. 그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것은 음식이나 취미생활을 통해 그 이유를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일이다. 밤별처럼 많은 책 중 ‘그 책’을 좋아하고, 특별한 문장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얼마 전 한 작가의 문학상 시상식이 끝나고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기타’로 분류되는 이들과 함께 있었다. 시인과 소설가, 인문학 교수와 출판사 직원이 모여 늘 그렇듯 어느 지역의 누구를 아는지, 누구와 만나보았는지 따위를 물어보며 족보를 더듬었다. 시인은 소설가와 섞이지 못했고, 세상 이치를 모두 간파했다는 듯 내뱉던 교수의 발언은 곧잘 탄핵당했다.
소주 여러 병이 테이블에서 뒹굴 때쯤 나는 누구와 이야기해도 흐름을 끊지 않고 경쾌하게 주제를 장악해 나가는 이를 발견했다. 바로 수줍게만 보였던 출판사 편집인이었다. 그는 모든 이야기에 참견할 정도의 넓은 지식을 가졌지만 깊은 전문성을 구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가 천생 ‘출판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세상사의 뒷면을 볼 줄 알았고, 누군가 진부한 이야기를 하면 이를 매력적인 주제로 끌고 가기도 했다.
작가가 텍스트(메시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출판인은 독자에게 말하는 방식과 표정을 바꿔 시장에 메시지(책)를 파는 사람이다.
언젠가 읽었던 무라야마 사키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떠올랐다. 좋은 책을 한 권 내기 위해 많은 사람의 노력이 마법처럼 모여 작은 시골서점도 살아남는다는. 어찌 보면 출판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상품으로 취급되고 마는 ‘책’에 특별한 온기를 불어넣고 싶었나 보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책과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작가와 출판편집인, 북콘서트 기획자, 그리고 독자에게 책을 소개하는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나는 내가 말하려는 주제와 유사한 도서를 쌓아놓고 읽었다. 책을 만들기 전 유사한 장르의 책들을 두루 섭렵하는 이유는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묻기 위함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더 감칠맛 나게 버무린 책이 이미 있다면 내가 책을 낼 이유가 없다.
자칭 ‘책 만들기 전문가’라는 이들의 유튜브 동영상도 여럿 보았다. 그들 중에는 아예 학원을 차려 책을 내려는 수강생을 모집하는 이들도 있었고, 북 컨설턴트라는 이름으로 제목과 표지 콘셉트, 목차를 일러주며 꽤 많은 돈을 받아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책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규정했다.
“유명해지려면 책을 써야 하고, 유명해지면 돈을 벌 수 있다.”
그들은 욕망에 솔직했고, 그 채널을 소비하는 이들 역시 직접 유료강의를 들을 만큼 욕망에 적극적이었다. 10여 년을 큰 출판사에서 일한 어떤 에디터는 “작가의 가치는 출판사에 있어 작품성이 아닌 상품성”이라고 간단히 정리했다.
인지도가 높아 책만 나오면 수만 부 이상의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작가에게 콘텐츠나 작품성의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을 독자들이 구매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어떤 이는 부동산 갭 투자에 관한 책으로 대박이 난 일과, 비트코인 열풍을 낚아채 관련 책 수만 부를 팔아치운 경험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자기 성공의 그늘에 타인의 눈물과 추락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책은 상품이며 팔리지 않는 책은 폐지가 되어 과일상자 등으로 윤회한다. 책은 그 자체로 결코 고상하지 않지만 책의 언어는 일상의 지옥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끌어올리거나 사유방식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좋은 상품을 만들었으면 한다. 시간이 좀 지나 절판되더라도 중고책방에서 비교적 고액으로 돌고 또 도는 그런 책 말이다.
물론 출판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중에 나온 책 중 20%도 채 안 되는 책만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출판되는 책 중 절반 정도가 반품되고, 그중 절반은 매해 파쇄공장으로 보내진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책을 멀리하고 있으며, 그만큼 출판시장은 더 어렵다.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빠르게 바꾸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은 출판 트렌드에서도 나타난다. 종이책에 대한 여전한 존중으로 읽기와 쓰기를 가장 고차원적인 인간의 창조력이라고 믿는 북유럽에 비해 한국의 출판시장은 매우 작고 트렌드도 다소 획일적이다.
나 역시 이러한 한국의 출판시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이 책 ⟪책이 밥 먹여준다면⟫은 생애 첫 책을 준비하거나 1인 출판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미래의 출판인과 작가를 꿈꾸는 이에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 방법보다는 작은 출판사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고찰했다. 세세한 실무 영역을 다루려면 끝이 없기에 몇 개의 사례만으로도 현장의 '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1장 <책>에선 책의 본질과 시대의 흐름에 대해 다뤘다. 출판시장에서 책은 어떻게 다뤄지는지와 북 트렌드에 대해 짚었다. 2장 <책 쓰기>는 글쓰기 훈련과 책을 엮을 수 있는 콘텐츠, 투고의 방법 등을 다뤘다. 3장 <출판하기>에선 저자의 권리와 계약방법, 출판의 유형 등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살폈다. 4장 <출판하는 사람들>에선 출판사 창업과 북 마케팅에 대해 다뤘다.
이 책 ⟪책이 밥 먹여준다면⟫이 좋은 작가, 진정성 있는 출판인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자주 곱씹을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한다. 책으로 대박이 나 인생 역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못 하겠다. 다만 책으로 삶을 바꾸고, 출판으로 건강한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우린 제법 잘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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