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깨어나도, 나이를 먹었다 해도 계속 성장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어. 시선은 늘 앞으로, 미래로.”
2023년도 KBO 프로야구가 모두 끝나고 시상식과 트레이드 등 스토브리그가 뜨겁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스타 선수들도 레전드로 존재하지만 이들을 이끌어 온 야구의 신, 흔히 ‘야신’이라 불리는 국내 최장수 야구감독 김성근이 있다.
김성근 감독이 이번에는 60여 년의 야구 인생을 한 권의 책 [인생은 순간이다]로 정리했다. 지독하게 가난한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나 공조차 없어 돌멩이를 던지며 투구 연습을 하던 선수 시절, 매번 약팀을 맡아 오직 승리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감독 시절, 그리고 프로에서 한 발짝 물러나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최강몬스터즈’의 감독으로서 야구의 발전과 선수 육성에 전념하고 있는 지금, 인생의 제3막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다.
조국조차 ‘쪽발이’라고 조롱하는 재일교포로, 몸이 망가져 전성기가 금세 끝나버린 ‘못 쓰는 투수’로, 꼴찌를 거듭하는 약팀의 지도자까지. 단 한순간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 없이 ‘벼랑 끝 인생’을 살았다고 회고하는 감독은 젊은 시절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뿐이었다고 말한다.
혈혈단신 홀로 선 한국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야구밖에 없었기에 야구로 이겨야 한다는 것 외엔 생에 그 어떤 목적도 없었다.
가혹한 펑고에도 이를 악물고 운동장에서 함께 뛰고, 시합에서 함께 울고 웃는 제자들을 보며 김성근에게도 새로운 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선수들을 키워줘야 한다’는 진정한 리더의 의식을 품게 된 것이다.
80세가 넘은 지금도 김성근은 매일 아침 야구장에 가고, 직접 펑고를 쳐주고, 문제가 있는 선수를 발견하면 함께 고민하고 밤을 새워 각종 야구 책을 뒤지며 머리를 싸맨다.
가족들도, 지인들도 그 나이에 그렇게 고생하지 말라며 만류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성근에게 야구로 고민하는 시간은 ‘이렇게 고치면 달라질까?’, ‘그 방법을 쓰면 좋아질까?’ 하며 제자의 희망 찬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설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성근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수히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을지라도 도전하는 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마침내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의 인생이, 그가 가르친 제자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단 한 번이 아니라 매 순간을 그토록 절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인생은, 순간이다.
“돌무더기와 잡초가 무성한 길일지라도 나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
비상식으로 싸우고, 끝내 세상을 바꿔온 노감독의 60여 년 야구 인생!
3번의 우승을 이룩하고 통산 1384승을 올려 대한민국 야구 감독 중 승수 2위에 올라 있는 그이지만, 김성근은 자신의 지난 시간을 ‘평생 비상식으로 싸워온 모퉁이 인생’이라고 회고한다.
돈도 연줄도, 가진 것 하나 없이 홀로 무대에 선 청년은 오로지 ‘야구’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는 매번 벼랑 끝과 같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비상식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특출 난 투수가 없는 팀에서는 투수를 몇 명이든 써서 틀어막는 벌떼 야구를 했고, 걸핏하면 1점 차로 아깝게 지는 팀에서는 쥐어짜서라도 점수를 만드는 번트 작전을 썼다.
그 과정에서 비난도 숱하게 들었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걸음을 이어나갔고, 결국 김성근의 비상식은 어느새 상식이 되었다. 그래서 김성근은 말한다. 아직 없는 길을 가야 한다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비상식적인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그래서 김성근은 지금도 매일 아침 빼놓지 않고 산책을 한다. 오늘 만날 선수를 어떻게 가르칠지, 어제 시합에서 생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오로지 ‘야구’를 생각하며 걷는다.
80대의 노구를 이끌고 아무렇지도 않게 야구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훈련을 시키는 것, 그 역시도 바로 지금 김성근을 살게 하는 비상식이다.
“진정한 리더는 존경을 바라지 않는다.”
엄격하고 가혹한 훈련 뒤에 숨어 있었던 리더의 본심, 아버지의 진심
‘김성근’이라는 이름 뒤에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것은 ‘혹사’였다. 김성근은 연습을 너무 많이 시킨다는, 선수들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그저 우승 하나에만 목숨을 건다는 거센 비난이 지도자 생활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야구의 신이라 불릴 만큼 칭송받는 그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야구계에서도, 매스컴에서도 가장 비난받는 감독이었으며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잘린 감독이기도 했다.
여전히 수많은 선수에게 존경받는 스승으로 꼽히는 김성근이 JTBC 〈최강야구〉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펑고를 쳐주는 장면에는 ‘시대의 스승’, ‘존경할 만한 어른’, ‘이상적인 리더’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이는 분명 가혹하리만치 계속되는 김성근표 훈련 속에 사실은 부모의 애정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편하고자 한다면 죽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목숨처럼 지켜온 인생의 태도
결국 김성근이 이 책 [인생은 순간이다]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수히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을지라도 도전하는 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마침내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인생의 진리다.
그의 인생이, 그가 가르친 제자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단 한 번이 아니라 매 순간을 그토록 절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인생은 순간이다.’
물론 인생에서 마주치는 모든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되며 아프다거나 한계라거나 하는 의식 없이 쏟아부어야 한다는 김성근의 인생철학은 소위 말하는 ‘꼰대’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김성근이 〈최강야구〉에서 하는 말마다 화제가 되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비결은, 그가 8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자신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며 ‘영원히 늙지 않는’ 그라운드 위의 승부사로서 그 철학이 옳음을 증명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최강야구〉에서 키운 영건 선수 원성준이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않자 추석 연휴 내내 연습을 시켜주며 마지막까지 선수의 입단을 포기하지 않은 김성근의 집념은 2022년 월드컵,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 그 자체다.
야구 인생 약 60년 동안 ‘중꺾마’ 정신을 단 한 번도 잃어본 적 없는, 끝끝내 대한민국 야구계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며 불가능이라 여겨졌던 목표도 이뤄낸 김성근의 삶은 살기 팍팍한 지금, 어렵게 발걸음을 떼는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별반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걸음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김성근은 이 책을 통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인생이야말로 베스트이며, 어떤 시련과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도전 또 도전하는 순간들이 쌓이면 끝끝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담담한 응원을 전하고 있다.
저자 김성근이 60여 년간 다이아몬드 안에서 배운 반짝이는 깨달음과 지혜가 모든 독자의 가슴에 묵직한 스트라이크로 꽂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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