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은 어떤 곳일까?
내가 아플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나를 가장 편안하게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공간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책 속의 미련 씨처럼 과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은둔의 방, 자신을 가두는 방일 수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책 속의 애벌레의 방처럼 멋진 변신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는 공간일 수도 있다.
지금 여러분에게 ‘나의 방’은 어떤 곳인가?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오조 작가의 [나의 방 찾기]는 ‘느리고 약한’ 우리 자신과도 같은 먼산이와 함께 떠나는 ‘나의 방 찾기’ 여행이다.
자신의 방에서 나오기 두려워하는 먼산이가 새로운 자신의 방 찾기 여행을 하면서 멋진 성장을 이어간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원하는 모습, 자신이 원하는 삶의 결과를 빨리 얻고 싶어 한다. 그래서 늘 서두르고 빨리 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실패하거나 좌절하면 스스로를 내 마음의 방 어딘가에 가두었다가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책 속에서 먼산이가 만나는 방과 방의 주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성장통의 방이다.
유난히 이끌리는 방 주인의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내가 극복해야 할 성장의 지점일 것이다. 지금 나를 가두고 있는 그 방의 문을 기꺼이 열고 나와 새로운 방 찾기를 시도해야 할 때이다.
오조 작가는 언젠가 한 다운증후군 남자아이를 만났다. 늘 행복한 모습으로 창밖 멀리 바라보는 남자아이의 모습에서 먼산이를 떠올렸다.
먼산이는 현실에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늘 저 너머에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도 같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편안하게 안아주는 나의 방은 어쩌면 ‘공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상상하는 세계, 내가 만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의 방은 나의 가면을 모두 벗어던진 나의 마음,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이기도 하다. 진솔한 나의 모습,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한다면 세상 어디서든 내가 가장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나의 방’을 만날 수 있다. 내가 가장 열린 마음일 때 나의 마음을 가장 풍성하게 채울 수 있다.
새로운 자신의 방을 찾아 세상 여행을 시작하는 먼산이.
I부 ‘그동안 고마웠어, 나의 방’에서는 그동안 먼산이를 방 안에 가둬두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수천 번의 두드림으로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아기 새들의 알의 방, 미련 씨의 모든 게 산더미인 방, 자신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의 열쇠를 찾아 풀고 도망치듯 나오는 쇠사슬의 방,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각자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사는 개미의 방, 달콤한 속삭임을 만나는 미각의 방과 유혹의 방,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방을 지나며 지난 시절의 자신과 이별할 준비를 한다.
II부 ‘바다로 나아가는 먼산이’에서는 먼산이의 느리지만 멋진 성장을 보여준다.
거친 폭풍우를 만나지만 어느새 그 폭풍우에 익숙해진 바다 위의 방, 용기 있게 뛰어들어 바라본 총천연색 바닷속의 방, 단단한 조개껍질에 갇혀 깜깜한 어둠 속에서 환한 빛을 발하는 진주의 방을 거치며 먼산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느낀다.
이어서 자신의 속도대로 가라는 꼭대기의 방, 멋진 성충으로 변신하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애벌레의 방, 자신의 모습과 직면하는 거울의 방,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가면의 방, 명예를 생각해보게 하는 트로피의 방을 지나며 먼산이는 그동안 미처 몰랐던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리고 또 다른 창,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먼산이가 책 속에서 만나는 방들은 모두 우리 마음속에서 만나는 방들이다. 위축되고 감추고 싶은 자기 자신의 모습들이다. 모든 게 산더미인 방은 미련을, 알의 방은 성장의 아픔을, 쇠사슬의 방은 난제를 만났을 때의 당황스러움, 가면의 방은 감추고 싶은 자기 모습, 트로피의 방은 포장하고 싶은 자기 자신, 생각의 방은 쓸데없는 걱정으로 가득한 마음을 상징한다.
먼산이의 ‘나의 방 찾기’ 모험과 함께 내 마음속에 있는 방들을 차례차례 만나며, 나의 마음을 가장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편안하고 열린 상태의 ‘나의 방’, ‘나의 마음’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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