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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생명줄과 용서, 지독한 사랑이라는 말에 가슴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김홍신 작가 신작 장편 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by 암튼무튼 2023.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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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픔과 거친 삶의 비극 속에 써 내려간 한 사람의 일대기이자 스러져간 모든 이름들의 연대기


소설은 주인공 한서진의 딸 자인이 아버지의 유고를 읽고 그의 삶을 추적해 나가는 액자식 구성으로 쓰였다. 1971년, ROTC 출신의 육군 소위 한서진은 사살된 북한 장교의 시신에 십자가를 꽂고 명복을 빌어준 죄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을 위반한 빨갱이로 몰려 형무소에 수감된다.

 

피아를 구분 짓기에 앞서 인간 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우를 갖췄을 뿐이라는 그의 항변이 받아들여질 리 없는 엄혹한 시기.

 

‘적인종(赤人種, 빨간색 인간)’으로 매도된 채, 애써 쌓아 온 삶의 이력과 가족들마저 잃게 된 억울한 상황 속에서 그는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는 존재로 변질되어 간다.

작품은 비록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권력을 통해 개인 혹은 집단을 낙인찍고 다시 이를 복수로 되갚는 폭력적인 모습은 오늘날에도 벌어지는 일이다.

 

적군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하던 인류애는 고문을 거치며 실종되고, 분노와 좌절로 무모한 범행조차 서슴지 않던 주인공이 용서라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킬 뿐 이는 결국 뜨거운 용서로밖에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50년 가까운 시간을 문학에 바친 영원한 글쟁이 김홍신의 노련한 필력이 신작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에도 고스란히 녹아났다. 액자 형식과 시점의 변화를 통해 극의 입체감을 더했고,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고문 과정 등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는 독자의 몰입을 강화한다.

 

긴장감 넘치는 한 편의 소설이 마침내 애도문으로 글의 장르가 확장되고, 그 찬란하도록 슬픈 변곡점에서 삶과 죽음의 경외감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세상의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변치 않는 인간의 조건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 신작 장편 소설
저자
김홍신
출판
해냄출판사
출판일
2023.10.1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향한 오랜 성찰의 흔적

주인공 한서진은 제 삶을 깊은 수렁에 빠뜨린 두 남녀에 대한 증오심마저도 모두 거두어버린다. 그의 초월적인 삶의 자세와 적을 끌어안는 포용력은 차세대를 대변하는 그의 딸 자인에게 대물림된다.

 

오랜 시간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의 사연을 깨달은 자인이 출생의 아픔을 넘어 그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함으로써 비로소 과거와 현재의 화해를 이루어낸다.

 

그런 점에서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는 전작들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간 휴머니즘 소설이다. 세상의 시련과 고난 속에도 변치 않는 인간의 조건은 이토록 숭고하고 성숙한 ‘사랑과 용서’의 힘임을 독자들에게 다시금 일깨운다.

2023년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년, 문민정부 출범 30년을 맞이한 해로,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과거를 되돌아보며 평화와 상생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더욱 첨예한 분열과 대립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문학은 물론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동시대인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어온 소설가 김홍신이 큰 어른이자 노장 소설가로서 우리에게 던지는 절실한 화해의 가치가 더욱 울림 있게 다가올 것이다.

 


억울하고 서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우리는 세상이 힘들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려는 마음으로 버티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그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과거에 어떤 선택을 한 것인지, 그게 옳았는지 실수였는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훗날 다음 세대가 그 선택에 의미를 부여해 줄 뿐입니다.

 

이 소설에서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인 주인공 한서진이 처한 상황은 우리 역사 속 비극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친 삶과 시대의 아픔 속에 써 내려간 한 사람의 일대기이자 스러져간 모든 이름들의 연대기입니다.

무너지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지키려는 인간의 본능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최고의 복수는 상대에게 똑같이 되갚아주려고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제 삶의 가치를 굳건하게 지켜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우뚝 설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자식을 사랑하는 아비이자, 소설 한 편을 남기고 스러진 주인공의 삶으로 무엇이 사람다움인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운명의 덫, 또는 이념의 압제와 사랑의 완성

소설의 책장을 넘기면서 다시금 감각하는 것은, 이 작가가 태생적으로 이야기의 달인이라는 사실이다. 그 주제를 요약하면 한두 줄의 문장으로 그치고, 서사를 나열하더라도 몇 장이면 될 이야기의 재료로, 이토록 장대한 소설의 얼개와 콘텐츠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당대 사회의 정치적 억압과 군문(軍門)의 부조리한 제도들, 여전히 서슬 푸르게 잔존하는 이념의 허상들을 헤치고, 인간이란 무엇이며 왜 가치 있게 존중받아야 하는가를 이보다 더 적나라하며 실감 있게 서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성의 근본과 삶의 심연, 그 바닥을 두드려보는 소설적 행위를 정확하면서도 유연하게 그려낸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등장인물

「한서진」

학훈단 출신 국군 소위이자 실향민 2세다. 사살된 북한 장교에게 신앙심에 기반한 기도를 올렸다가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의 죄명으로 육군형무소에 수감된다.

 

‘빨갱이’라는 누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과 피아를 구분 짓기에 앞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개인의 이념, 두 지향점의 간극 사이에서 고뇌한다.

「재필」

서진의 오랜 친구이자 손위 처남. 대학 1학년 때 문학반에서 서진과 만나 우정을 맺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진을 모친이 운영하는 하숙집에 들인다. 이후 여동생 지향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지향」

한서진의 아내이자 재필의 여동생. 모친이 운영하는 하숙집을 찾은 대학생 서진과 연애하여 딸 자인을 갖는다. 수감된 남편의 형기를 줄여보고자 면회를 갔다가 전 애인, 보안반장 이진구를 마주하고 만다.

「이진구」

육군 대위이자 보안반장이며 지향의 전 애인. 지향의 간절한 호소로 서진을 봐주지만, 그녀를 향한 옛 감정이 다시금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자인」

한서진과 지향 사이에서 난 딸로, 훗날 소설가로 성장한다. 아버지 한서진의 비밀스러운 생애와 사연을 파헤치고 그간 묵인된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데 몰두한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 예스24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지요”불신과 분열의 시대에 던지는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로 그동안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 온 소설가 김홍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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