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 작가의 『관계력』은 아들러 심리학과 도파민의 작용 원리를 기반으로 관계력을 회복하는 법을 알려주는 심리 전략서다. 이를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최신 뇌 과학과 심리학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관계에 서툴렀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고 반성한다.
안정 애착을 갖지 못한 채 성인이 된 그는 매사에 극심한 불안을 느끼며, 관계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가만히 혼자 앉아 있지 못해,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하거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늘 우위에 서려고 발버둥 쳤다. 타인에게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자극적으로 말하고 과하게 행동했고, 그 결과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게 불가능했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우월성을 추구한다’는 아들러 심리학을 접하며, 관계에 실패한 자신의 근본 원인을 비로소 이해한다. 바로 자신의 과업을 통해 향상욕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향상욕의 배출을 시도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것 이상의 인정을 해주는 타인은 없다.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의 향상욕 처리에 급급할 뿐이니까.
저자는 ‘우월성 추구’라는 창으로 인간관계의 양상을 바라보자 문제를 해결할 답도 간단히 찾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라 자신의 과업을 통해 향상욕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거기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내면서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면, 관계에 관한 대부분의 문제는 자연스레 풀린다.
역설적으로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관계력 역시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자신의 반성문임을 분명히 밝히며, 불안하거나 열등감에 시달리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보다 근본적이고, 데일 카네기보다 현실적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인간관계에 관한 고전들이 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과 데일 카네기의 책들이 대표적인데, 본질을 꿰뚫어 보는 빛나는 통찰로 우리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팁들을 준다. 김단 작가의 『관계력』은 그 고전들의 아성에 겸허히 도전한다.
특히 이 책에는 타인과의 비교가 너무나 투명하게 이뤄지는 한국 사회에 필요한 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이 가득하다. 아들러 심리학과 최신 뇌 과학 이론을 근거로 문제의 진단과 해결 방안을 제안한 저자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기술로써 ‘공감’과 ‘유혹’과 ‘제안’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이 세 가지 기술이 우리 삶을 얼마나 송두리째 바꿔놓는지 보여주고, 어떻게 이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더구나 이 모든 건 흥미진진한 사례와 시원하고 강렬한 문체로 전달되기에, 앉은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읽힐 정도로 독서 그 자체의 재미도 대단하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몇 번을 읽어도 흥미롭다. 어떻게 이런 통찰이 가능한지 신기할 정도다”라고 극찬하며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처럼 저자는 자신이 찾은 과업인 ‘글쓰기’를 통해 향상욕을 충족하는 데 성공했다. 인문학 기반의 자기 계발서 집필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은 그의 결과물이 궁금하다면, “한국의 로버트 그린이 탄생했다”는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는 당당한 유혹자로 사는 비법
저자는 우리가 먼저 타인에게 공감을 해주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상대의 존재 자체를 알아봐 주고 환대해 주는 인사, 호기심을 갖고 해주는 적절한 호응, 상대와 나의 유사성을 찾는 노력, 고민을 듣고 해주는 지지와 응원 등을 통해 상대를 완전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에, 자신의 분주한 입을 잠시 닫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또한 저자는 독자들에게 유혹자로서 살 것을 권한다. 유혹하는 쪽이 유혹당하는 쪽보다 심리적 안정의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혹자로 살며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능력은 그 사람의 사회적 능력이기도 하다. 이때 중요한 사실은 진심이나 진정성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상대가 나에게 감정적 투자를 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도파민의 작용으로 시작된 유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뢰와 안정감을 바탕으로 하는 동반자적 사랑으로 넘어가는데, 저자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말고 ‘동반 성장’을 통한 유혹의 극치를 추구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저자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이 제안이다. 제안을 잘하는 사람만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확보하기에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다. 맥락과 배려라는 제안의 성공 방정식만 잘 이해하면 제안은 결코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결국 관계력을 키우고 싶다면, 우선 온전한 나로 사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오롯이 혼자 설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고, 타인을 유혹할 수 있고, 타인을 배려하며 제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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