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젊은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지난 7월 발생했다. 그 후 토요일마다 전국에서 수만 명의 교사들이 거리로 나와, 이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PD수첩’은 고인이 남긴 기록들을 어렵게 입수해, 무엇이 초임 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심층 취재했다.
고인이 된 초임 교사는 지난해 3월,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교사인 어머니를 지켜보며 어릴 때부터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꿈꿨던 그는, 임용 후에도 대학원에 진학해 새로운 교육 방법을 공부할 만큼 열정이 컸다.
그런데 올해 1학년 담임을 두 번째 맡으면서, 지난해보다 열 배는 더 힘든 것 같다고 주변에 하소연했다. 그의 반에는 과도한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포함해 지도가 어려운 학생들이 4명 있었다고 한다. 문제행동을 벌이는 학생들이 난동을 부리는 등 갈등을 빚으면서, 학부모들에게 끊임없이 민원이 들어왔다.
전체 26명 중 10여 명의 학생 학부모가 “우리 아이가 놀림이나 폭행을 당하고 있으니 살펴 달라”라고 요구했다. ‘PD수첩’은 고인이 학부모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최초로 공개한다.
친구가 종종 툭툭 치는 것 같던데 선생님께서 주의 깊게 한번 살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아이가 몇 가지 불편했나 보더라고요. … 언제까지 짝꿍을 유지하는지요?
저도 신고까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 엄밀히 학교폭력에 해당되는 사안이긴 한 것 같습니다.
고인이 학부모로부터 받은 메시지 中
고인의 학급일지에는 학급 붕괴를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기록들이 담겨 있었다.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지도할 방법을 공부했을 뿐 아니라, 교실에 딸린 창고 안을 개조해 ‘마음 해결소’를 만들었다.
인디언 텐트 안에 인형들을 놓고, 벽에는 전구를 달아놓은 아늑한 ‘마음 해결소’에서 학생들을 진정시키려 한 것. 그러나 사건 사고는 계속됐고, 7월 12일에는 반 학생들이 연필로 장난을 치다가 얼굴에 상처가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일로 당일 밤 9시가 넘는 시간까지 학부모의 민원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던 선생님. 사망 전 힘겨웠던 심정이 고스란히 담긴 고인의 일기장과 정신과 상담 내용을 ‘PD수첩’이 꼼꼼히 들여다봤다.
“학교에서 일하다가 눈물이 난 적이 있었고, 퇴근하고 집에서 운 적도 있었어요. 왜 울었는지 알 것 같아요. 최근에 살이 빠졌어요. … 학부모와의 관계, 반 아이들로부터 오는 무력감 이런 게 있어요.”
고인의 정신과 상담 中
초등교사들은 대다수가 학부모 민원과 교권 침해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전국 초등교사 노동조합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의 99.2%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비롯한 교권 침해를 겪은 적이 있다.
게다가 때로는 정당한 학생 생활 지도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사들을 보호해줘야 할 교권보호위원회의 실태는 매우 열악해 그 책임이 교사 개인이 담당해야 하는 몫이 되어버린 게 현실이다.
초임 교사 사망 이후 교육부나 교육청 등 교육 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참 못 미친다는 교사들의 호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직 교사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담은 MBC PD수첩 ‘지금 우리 학교는 : 어느 초임 교사의 죽음’은 오늘(8월 22일) 밤 9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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