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이 노화의 속도를 결정한다”
피할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한국사회에 가속노화가 도래했음을 경고하고 노화의 속도를 정상화해 줄 네 가지 기둥과 그에 따른 습관들을 담아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로 펴냈다.
한국의 통계를 보면, 신체질량지수나 음주를 비롯한 젊은 성인의 건강지표가 지난 몇 년 동안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 실제로 이곳저곳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30대 여성, 치매가 생긴 것 같다는 40대 남성, 원인 모를 쇠약감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던 50대 남성 등 진료실을 찾는 젊은 환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노인의학자들은 우리가 77세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노년층이라고 일컬어지는 60대에는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은퇴가 힘든 것이다.
정희원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필요에 의해 본인의 진료경험뿐 아니라 임상연구, 과학, 인문학, 경제학 등을 넘나들며 지속 가능하게 나이 들기 위한 4M 건강법을 구축했다. 신체기능을 되돌려주는 ‘이동성’, 인지기능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마음건강’, 건강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아주는 ‘건강과 질병’,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나에게 중요한 것’ 등 건강하고 성공적인 나이 듦을 결정하는 중요한 네 가지 요소를 축으로 한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건강법은 아니며, 그 개선 속도는 며칠 내로 나타날 정도로 빠르고, 얻을 수 있는 수명 연장의 폭이 최소한 12년 이상일 정도로 효과는 극적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인구구조 및 복지제도를 살펴봤을 때 건강은 최고의 재테크다.
“건강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노화에 대해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진실이 있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우리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이자 노화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KAIST에서 의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노화생물학자 정희원 교수는 말한다. 지금 같은 생활습관이라면 평균수명은 늘어도 고통스러운 노년을 피하기 어렵다고.
이것은 단순히 병원 신세를 지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인구구조와 제도적인 특성상 경제활동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신체적으로 돌봄을 받는 것도 더욱 어려워질 이 한국사회에서 생존과 삶의 질이 달린 문제다.
가속노화의 주요한 원인은 ‘고통을 최소화하고 쾌락의 양을 쉽게 그리고 최대한 늘린다’라는 자본주의의 편안함이다. 인간의 몸은 애초에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도 우리는 가까운 거리조차 엘리베이터, 택시, 자가용 등을 애용한다.
소모열량은 낮아지는데 클릭 한 번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주문한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끊임없는 알람과 새로운 콘텐츠의 자극이 더해져 뇌는 과부하에 걸리고 더 많은 자극을 좇는다. 체형뿐 아니라 보상체계와 인지기능이 망가져가는 것이다. 고통과 불편이 줄어들수록 좋다는 자본주의의 전제가 옳다면 지금쯤 모두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더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며 몸과 마음의 탄력을 잃어간다. 그다음에 남는 것은 오래 아픈 노년이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가속노화는 더욱 심화되었는데, 실제로 전 세계의 기대수명은 코로나19 이후 줄어들었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있다.
‘당장은 편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삶’을 선택할 것인가, ‘당장은 불편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평온하고 덜 고통스러운 삶’을 선택할 것인가?
전자를 선택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당신의 노년을 돌보아야 할 가족의 삶을.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너무 오랜 고통이 되지 않을까?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에서 발견한 노화의 속도가 느린 사람들의 몸은 무엇이 다른가?
노화와 그 결과인 노쇠가 진행 중인 노년층은 같은 질환이더라도 젊은 사람들과 처방이 달라야 한다. 실제로 몸이 떨리고 잘 걷지 못하는 증상 때문에 온갖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던 환자는 정희원 교수가 처방약을 정리해 주자마자 2주 뒤에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게 됐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환자는 특정약을 끊자마자 3일 후에 깨어났다. 치매에 걸린 것 같다며 찾아온 환자는 수면문제를 해결해주자 치매증상뿐 아니라 소화문제, 스트레스문제까지 개선됐다. 이와 같은 기적적인 이야기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러한 진료현장에서 정희원 교수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개 ‘내재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재역량이란 세계보건기구가 2015년에 제시한 개념으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기능 요소 모두를 고려하여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질병 유무, 혈압, 운동시간 등 가시적인 건강지표뿐만 아니라 적절한 휴식, 마음챙김, 인생의 목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다. 내재역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기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의자에 똑바로 앉아 있으려면 50 정도의 자세 유지 근력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평소 근력이 51밖에 되지 않는다면 며칠만 침대에 누워 있어도 근력이 떨어져서 의자에 앉아 있기가 어려울 것이다.
평소 의자에 똑바로 앉아 있을 때 사용하던 자세 유지 근력이 49로 떨어지면, 이때부터는 자연스러운 근력의 유지보수 활동이 소실된다. 이 때문에 의자에 앉을 수조차 없게 되는데, 이런 경우를 낮은 내재역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평소 근력이 90이라면 병치레하느라 근력이 80이 되더라도 의자에 앉지 못할 정도가 되지는 않는다. 또한 원래 생활습관과 운동습관을 유지하면 머지않아 근력을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다. ---「1부. 삶의 내재역량이 높아야 노화의 가속도를 줄인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2, 3차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요소가 무너지면 악순환은 끝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직장인의 머릿속이 중요한 업무 현안으로 가득 찰 때 몸에서는 스트레스호르몬이 분비된다.
스트레스호르몬은 단기적으로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도와주지만, 내재역량을 넘어서는 정도로 축적되면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자극적인 음식과 술을 탐닉하게 되며 운동이나 명상, 독서 같은 휴식 활동은 줄어든다.
장기적으로는 집중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낮아지니 더 긴 시간을 앉아서 일하는데도 업무의 성과는 떨어진다. 그 결과 또다시 더 늦게까지 일을 하고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줄인다. 결국에 몸은 여러 가지 만성질환을 앓기 시작한다. 가속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내재역량은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며, 신체기능을 다소 잃었을 때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이다. 무엇보다 노화의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근본적인 힘이다. 실제로 정희원 교수의 환자 중 개선 속도가 빠를수록 이러한 내재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개선 속도가 느릴수록 증상만 해결하려고 한다거나, 한 가지 요소만 집중해서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가속노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내재역량의 계발이야말로 필수적인 삶의 기술이다.
“편하고자 하는 본능을 이기려고 노력한다면 최소한 12년의 수명이 연장될 것이다”
‘프렌치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이 미국인과 영국인 못지않게 고지방 식단을 먹고도 심장병에 덜 걸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두고 항산화물질인 레스베라트롤을 섭취하려면 와인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 레스베라트롤을 섭취하려면 와인은 1,000잔쯤 마셔야 하므로 프렌치 패러독스는 적절하지 않다.
이 밖에도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요법들이 많다. 하지만 노인의학자이자 노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정작 노화의 기전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요법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말하는 진짜 노화 방지 요법은 도대체 무엇일까?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는 의학, 과학,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 인문학, 종교를 넘나들며 정희원 교수가 구축한 4M 건강법을 소개한다.
해당 건강법은 모두 과학자들이 밝힌 연구들과 함께 제시되었다. 해당 방법들은 대개 편안하고자 하는 본능에 어긋나기 때문에 실행하는 데는 힘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건대, 당신의 수명은 최소한 12년 정도 연장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내재역량을 꾸준히 관리하면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보통의 젊은 사람에 비해서 상당히 좋은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심지어 뇌위축이 상당히 진행되더라도 치매를 앓지 않으며 90대에도 평균적인 젊은 성인보다 나은 신체기능을 보이기도 한다.
다만 돈의 세계에서는 간혹 일확천금을 얻기도 하지만 노화와 질병의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요행에 기댈수록 암이나 여러 급성, 만성 질환이 발생해서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계기를 만들 뿐이다.
지속 가능하고 성공적으로 나이 들고 싶다면 4M 건강법을 가급적 일찍 시작해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바로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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