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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관계에 다가서려는 시도, 임솔아 작가의 소설 [짐승처럼]

by 암튼무튼 202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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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일곱 번째 소설선, 임솔아의 『짐승처럼』이 출간되었다.

 

2022년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작품은 도망친 유기견을 찾는 사연과 자매의 갈등과 화해, 두 개의 고리로 연결된 소설이다.

가족에게 맘을 열지 못하는 동생과 동생의 기행을 받아들이기 힘든 언니, 그리고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 서로 단절된 채 각자의 삶을 살던 자매는 훗날 함께하게 되고, 유기견 유나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기고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인간 중심주의에서 동물들의 관점까지 수용하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탐색을 보여준다.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관계에 다가서려는 시도
“이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갑니다”


시인이자 소설가로 불리는 작가들이 더러 있어왔지만, 어느 순간 한쪽으로 치우쳐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분으로 등단하고,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시인이자 소설가가 된 임솔아는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을 연이어 내놓으며, 문단에서 보기 드문, 시, 소설 모두에서 당대 최전선으로 부상했다.

도망친 유기견을 찾는 사연과 자매의 갈등과 화해, 두 개의 고리로 연결된 임솔아의 이번 신작 『짐승처럼』은 가출 청소년이자 학교 폭력 피해자인 한 인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가의 전작 『최선의 삶』의 프리퀄(전편)이자 스핀오프(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캐릭터가 다른 파생작 번외작), 시퀄(후속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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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다니러오던 이종사촌동생 채빈이 우리 집에 남겨진 날, 엄마는 채빈이 사촌동생이 아닌 내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예상치 못한 엄마의 고백 이후 가족이 된 우리는 서로에게 맘을 열지 못한다.

 

맘 둘 곳 없는 채빈은 길에서 만난 동물과 아이들을 계속해서 집으로 끌어들이던 어느 날 엄마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고,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한 채빈은 엄마의 죽음에 대해 아무 설명 없이 집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나는 “타인의 손을 덥썩 잡는 것이 위험”(74쪽)하다고 생각하며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채, 철저히 혼자의 삶을 살아간다.

 

엄마의 죽음 이후 10년 만에 나타난 채빈과 나는 다시 함께 살게 되며 유기 동물을 집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채빈이 아닌 엄마였으며, 엄마의 죽음에 관한 뒷이야기들을 채빈으로부터 그제야 듣게 된다. 별나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키우며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던 나와 채빈은 별나의 어미인 유나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유나를 찾아 나서며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비로소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짐승처럼』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과 동물이 맺는 깊은 유대를 가부장제의 외부로, 혈연 가족의 범주를 넘어서 상상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 『짐승처럼』은 동물에 관한 최근의 관심을 가로질러 타자들에게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누가 행위를 하고 있으며 무엇이 가능할지, 어떻게 세속의 행위자들이 서로를 책임감 있게 대하면서 덜 폭력적인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이해하는 문제와 결부된다. 『짐승처럼』은 친족으로서 동물이 어떻게 소설에 기입되는가를 보여주는 새로운 소설인 동시에 책임감 있게 대하며 덜 폭력적인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갈망하는 페미니즘적 탐구이다. ─김주원(문학평론가)

임솔아 작가의 전작인 『최선의 삶』이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하면 이번 작품은 그 외로운 과정의 끝에 ‘가족’을 발견한다는 데까지 나아간다.

 
최선의 삶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최선의 삶』.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인 임솔아는 오직 소설이라는 형식으로만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던 이야기, 열여섯 살 이후로 끈질기게 자신에게 찾아왔던 악몽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족과 학교에 대한 불신, 친구를 향한 배신감을 빨아들이며 성장한 인물이 친구를 찾아가 살해하려는 꿈.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자를 밤마다 몸부림치게 했던 이 악몽의 기원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느 한국 부모의 욕심대로 대전의 좋은 학군에 위장 전입한 열여섯 살 여중생 강이는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을 느낀다. 실제로 살고 있는 읍내동에서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사람으로, 새로운 학교가 있는 전민동에서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강이에게 부모와 학교의 빤한 조언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런 강이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준 동급생 아람과 소영은 그들과 강이를 구분짓지 않는다. 강이는 그런 친구들을 마치 강아지처럼 따른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에 차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찮고 연약한 것들을 온몸으로 보듬는 아람은 강이보다 더 하찮은 존재를 찾아냈고, 미래를 현재로 당겨오기 위해 친구조차 마음대로 취하고 버릴 수 있었던 소영으로부터 강이는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정도의 극렬한 폭력을 경험한다. 학교에서 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된 강이는 병신이 되지 않으려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지만, 최선을 다하면 다할수록 '최악의 병신'이 되어갈 뿐이다.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강이는 마침내 최선의 매듭을 짓기 위해 소영을 찾아가는데……. 시인으로서 인지도를 쌓고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던 임솔아가 다시 신인으로 되돌아가는 모험을 감행하면서까지 써내고 싶었던 이야기는 미숙했던 그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보통의 성장소설과 달리 성장의 여러 방향 중에서도 가장 냉혹하고 잔인한 경로를 담담하게 따라간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 앞에서 혼란스럽고 두려울 것이 분명할 내면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제가 처한 상황을 특유의 간명한 문체로 정의한 뒤 그저 더 나아지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일에 몰두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저자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엿보게 된다.
저자
임솔아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5.07.17

임솔아 작가는 이 과정에 과한 억지 감정을 이입시키지 않으며 “서늘하도록 선명하고 넓으며, 위태로우면서도 태연하다”는 ‘임솔아 유니버스’를 확장해 나가며 세상 속으로 한 발짝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관계에 다가서려는”(김다솔) 유의미한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짐승처럼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일곱 번째 소설선, 임솔아의 『짐승처럼』이 출간되었다. 2022년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작품은 도망친 유기견을 찾는 사연과 자매의 갈등과 화해, 두 개의 고리로 연결된 소설이다. 가족에게 맘을 열지 못하는 동생과 동생의 기행을 받아들이기 힘든 언니, 그리고 갑작스런 엄마의 죽음. 서로 단절된 채 각자의 삶을 살던 자매는 훗날 함께하게 되고, 유기견 유나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기고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인간 중심주의에서 동물들의 관점까지 수용하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탐색을 보여준다.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관계에 다가서려는 시도 “이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갑니다” 시인이자 소설가로 불리는 작가들이 더러 있어왔지만, 어느 순간 한쪽으로 치우쳐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분으로 등단하고,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시인이자 소설가가 된 임솔아는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을 연이어 내놓으며, 문단에서 보기 드문, 시, 소설 모두에서 당대 최전선으로 부상했다. 도망친 유기견을 찾는 사연과 자매의 갈등과 화해, 두 개의 고리로 연결된 임솔아의 이번 신작 『짐승처럼』은 가출 청소년이자 학교 폭력 피해자인 한 인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가의 전작 『최선의 삶』의 프리퀄(전편)이자 스핀오프(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캐릭터가 다른 파생작 번외작), 시퀄(후속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때때로 다니러오던 이종사촌동생 채빈이 우리 집에 남겨진 날, 엄마는 채빈이 사촌동생이 아닌 내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예상치 못한 엄마의 고백 이후 가족이 된 우리는 서로에게 맘을 열지 못한다. 맘 둘 곳 없는 채빈은 길에서 만난 동물과 아이들을 계속해서 집으로 끌어들이던 어느 날 엄마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고,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한 채빈은 엄마의 죽음에 대해 아무 설명 없이 집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나는 “타인의 손을 덥썩 잡는 것이 위험”(74쪽)하다고 생각하며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채, 철저히 혼자의 삶을 살아간다. 엄마의 죽음 이후 10년 만에 나타난 채빈과 나는 다시 함께 살게 되며 유기 동물을 집으로 끌어들인 사람이 채빈이 아닌 엄마였으며, 엄마의 죽음에 관한 뒷이야기들을 채빈으로부터 그제야 듣게 된다. 별나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키우며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던 나와 채빈은 별나의 어미인 유나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유나를 찾아 나서며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비로소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짐승처럼』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과 동물이 맺는 깊은 유대를 가부장제의 외부로, 혈연 가족의 범주를 넘어서 상상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 『짐승처럼』은 동물에 관한 최근의 관심을 가로질러 타자들에게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누가 행위를 하고 있으며 무엇이 가능할지, 어떻게 세속의 행위자들이 서로를 책임감 있게 대하면서 덜 폭력적인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이해하는 문제와 결부된다. 『짐승처럼』은 친족으로서 동물이 어떻게 소설에 기입되는가를 보여주는 새로운 소설인 동시에 책임감 있게 대하며 덜 폭력적인 방식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갈망하는 페미니즘적 탐구이다. -김주원(문학평론가) 작가의 전작인 『최선의 삶』이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하면 이번 작품은 그 외로운 과정의 끝에 ‘가족’을 발견한다는 데까지 나아간다. 작가는 이 과정에 과한 억지 감정을 이입시키지 않으며 “서늘하도록 선명하고 넓으며, 위태로우면서도 태연하다”는 ‘임솔아 유니버스’를 확장해나가며 세상 속으로 한 발짝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고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관계에 다가서려는”(김다솔) 유의미한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
임솔아
출판
현대문학
출판일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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