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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아름답고 기묘한 것들을 탐미해온 10년, 초감각적인 색채로 펼쳐지는 민감하고 환상적인 쿠밍 개인전 [본능]

by 암튼무튼 2023.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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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밍(민정혜) 작가의 개인전 ‘본능(本能)’이 을지로 갤러리 ‘브레이브 썬샤인’에서 9월 12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된다.


3회째에 접어드는 이번 개인전은 만화, 일러스트, 회화를 넘나들며 디지털과 아날로그, 재료와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아름답고 기묘한 것들’에 대한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펼쳐왔던 작가의 지난 10년을 집약한 전시다.

작가가 탐구하는 ‘미(美)’의 세계에서 ‘아름다움’은 보편적으로 익숙하지는 않지만 작가만의 색다른 관점으로 재해석된 언어로, 기묘하면서 때로는 공포스럽기도, 동시에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분위기로 우리의 통상적인 관념을 바꿔놓는다.

‘본능’은 분출이고 발버둥이며 파괴하는 동시에 창조다. 토악질하며 정화되는 이 모든 혼돈 속, 더 이상 이분법적 구별이 불가능할 때 우리는 간절히도 고요와 평안을 소망하지만 또 다른 주체할 수 없는 충동의 ‘본능’만이 깨어날 뿐이다.

 

살아있는 동안 인간의 삶이란 영원한 잠을 허락받기 전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범람하는 감정의 파도로 요동친다. 이렇듯 이번 전시 타이틀인 ‘본능’은 여태껏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작가의 삶의 형태이자 작품의 발단과 과정, 그리고 결과 그 자체를 뜻한다.

 
백일몽
저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쿠밍’은 “수 많은 꿈속에서 마주한 신들,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았고 그것들은 곧 제가 그려내고 싶은 세상” 이라고 말하며, 이 세상에 있을 법도 하지만 결국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는 세상을 이 책 “백일몽”에 담았다고 말한다. 매 페이지마다 보이는 아름다운 미소년들, 그 옆의 호랑이, 용, 고양이, 말 등의 동물들과 각종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자칫 소년이 주인공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은 그 반대 일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 모두가 하나 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눈동자들은 하나같이 쓸쓸하다. 쓸쓸한 그들을 하나하나 채색하다 보면 어느새 ‘백일몽’의 세계관에 빠져들며, 각 인물들의 소개 글과 관계 도를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이름 모를 절의 탱화 속에서 본 듯한 호랑이와 용은 그 털 한 올 한 올, 비늘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디테일로 컬러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며, 챕터 마다 등장하는 귀여운 아이콘들은 키링이나 그립톡을 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유니크하다. 잎사귀 하나, 꽃잎 하나에도 깊이 있는 색깔이 들어있는 작가의 원화를 그대로 따라 그릴수 있다면 그 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고, 그냥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컬러를 입혀 ‘나만의 백일몽’을 완성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루비박스출판사가 운영하는 갤러리 ‘알비 레이블’의 참여 작가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 시리즈 페가콘의 컬러링북 〈소녀 판타지〉에 이어 이 또한 다른 컬러링북에서 찾을 수 없는 색다른 컬러링북이다. 우울한 블루와 레드의 잔혹함, 요소요소 들어 있는 귀여움이 섞여있는 쿠밍의 컬러링북 〈백일몽〉은 그 세계관을 읽는 재미와 함께 집요함으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새로운 컬러링의 세계로 안내해줄 것이다 ARBY - LABEL 알비레이블은 루비박스출판사의 전시,기획 브랜드입니다 Instagram ㆍ arby_label
저자
쿠밍
출판
루비박스
출판일
2021.07.08


2014년 웹툰 ‘핑크 토미’로 데뷔해 부패해버리고야 마는 가공된 아름다움과 욕망에 대한 광증을 그려낸 작가는 ‘아이돌’이라는 대상을 소비하는 인간 개인과 집단의 애정 형태에 대한 고찰과 대상화된 존재로서 삶의 명암을 수작업 원고를 통해 영화적인 연출로 완성시켰다.

인생을 온전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열광하고 탐닉했던 대상은 찰나의 시간 동안 자극적인 감각으로만 실재한 뒤 유령같은 잔상으로 남아 우리의 현재를 유영한다. 모든 요란이 휩쓸고 지나간 뒤 남겨진 감정의 조각들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작가는 만화의 메타포적 문법을 이용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비인간적 사회 현상 안에서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뇌를 펼쳐놓았다.

욕망의 극단이 향하는 것은 결국 파괴와 죽음이라는 결론을 내린 작가는 낭만적 허무주의에 멈추지 않고 욕망의 타락을 통제하기 위해 육(肉)에서 영(靈)의 세계로 진입한다.

 

탄생과 유전을 깊이 고찰하며 생명의 근원을 쫓아 우리의 뿌리에 대해 탐구한 작가는 2021년 컬러링북 ‘백일몽’을 발간하며 한국의 민속 신화 속 신들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동양화 분채와 수채화를 혼합해 민화와 회화의 기법을 조화시키고 작가만의 독자적 양식으로 그려진 신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위엄 있는 자세로 보는 이를 압도하며 흡사 부적과 같은 힘을 발휘한다. 신들은 화자이면서 청자로서 시선을 마주한 필멸자(必滅者)들과 영적인 대담을 나눈다. 한낮의 꿈으로 엿본 신계의 법치는 엄중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의 곤고한 현실을 살피며 어리석음을 단죄하고 징벌하기보다 삶을 바르게 살아갈 용기를 주고 고통을 치유하는 것에 집중한다.

 

작가는 인간의 무지함과 나약함, 불안과 자만심을 내려놓고 선한 의지와 믿음, 기도하는 마음을 가졌을 때 도달할 수 있는 ‘극락(極樂)’이 어떠한 곳인지 그려내며 ‘이러한 수호신들이 관장하는 사후세계라면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삶의 철학을 피력했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성하는 핵심장치는 ‘인물’이다. 작가는 겹겹이 쌓인 반투명한 표피를 뚫고 나오는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실체를 ‘인물의 정지된 표정’으로 포착해 구체화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주로 ‘소년’의 형상을 한 이들은 작가의 당사자성을 분리함과 동시에 자유롭게 메시지를 심어놓을 수 있는 표상으로 등장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미형의 모습으로 완성된 ‘소년’들은 성애적인 욕구를 일으키는 무성적 존재로서, 애욕의 대상이자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욕망의 주체이기도 하다.

 

가장 유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한 이들은 시동이 꺼진 듯한 무감한 응시 속에 용암처럼 들끓는 분노를 품고 있고, 열락에 젖어 내지르는 환희의 비명에는 비틀린 냉소를 묻혀놓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둘러싼 형상화된 욕망들은 어느샌가 잔뜩 돋아나 이윽고 기이하고 아름다운 낙원을 이룬다.

낙원을 거닐던 소년은 무수한 외부의 자극과 폭력으로 인해 망가지고 지쳐버린 육신을 뉘인다. 이 낙원(樂園,Paradise)은 훼손되기 이전의 순수성을 위한 휴식처이자 말살되기 직전의 인간성을 위한 도피처다. 그곳에서 소년들은 그 어떤 제재나 억압에도 휘둘리지 않고 본능이란 바다에 뛰어들어 자유로이 헤엄친다.

 

솔직하고 진실한 모습에 동화된 관람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과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적하다 결국 외면하고 싶었던 내면의 욕구와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멍울을 마주하게 된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무의식 속의 회피를 투시하는 직접적이고 강렬한 접촉은 비로소 은밀한 해방감과 함께 더욱더 완전한 자아의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연결된다.

소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본능의 분출이 허용된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 작가는 이곳에서만큼은 구속구를 벗어던지고 삶을 관통하는 공포를 오롯이 받아들여 자신 안에 내재돼 있는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라 이야기한다. 아무리 엉망으로 게워내고 쏟아낸다 하더라도, 작가의 낙원에서 그 모든 광란의 분비물들은 보석처럼 찬란하게 반짝인다.


‘사랑’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다. 또한 그 ‘본능’을 가동하고 정화하는 것 역시 사랑이다. 유한한 삶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작가는 끊임없이 상처받고 절망하는 우리의 세계를 영원한 환상의 유토피아로 덧그리며 보듬는다.

이번 전시는 10년간의 작가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작품세계를 전개하는 자리인 만큼 데뷔 전 습작들부터 수작업 원고, 향후 펼쳐질 작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기존의 작업에서 발전한 새로운 모습을 항상 보여주고 싶다.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라며 더욱더 확장될 작업에 대한 포부를 밝힌 작가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는 작품들이 관람객에게로 가서 새 생명을 부여받아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현실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기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 글 진우주

 


◇ 전시개요

· 전시 제목 : 쿠밍 개인전 ‘본능(本能)’
· 전시 기간 : 2023년 9월 12일(화) ~ 9월 21일(목)
· 전시 장소 : 서울 중구 창경궁로 61 3층 ‘브레이브 썬샤인’
· 운영 시간 : 평일 14:00 ~ 18:00 / 주말 14:00 ~ 19:00
· 휴무일 : 9월 14, 18,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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