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서특필됐던 강력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이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분노에 찬 그들이 제작진에게 내민 판결문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낯선 단어 하나, ‘형사공탁.’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위해 법원에 돈을 맡기는 공탁으로 인해, 흉악범죄의 가해자들이 대거 감형을 받았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공탁을 위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며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막고, 동시에 공탁금으로 피해자의 회복도 도모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형사공탁특례제도.
하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이 제도로 인해 더 큰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데. MBC <PD수첩>에서는 지난해 12월 9일 시행된 형사공탁특례제도의 그 도입 과정과 시행 반년 간의 경과를 추적한다.
▶ 대서특필된 강력범죄 사건 그 후, 결과는 모두 감형, 감형, 감형!
“저는 정말 통곡을 했죠. 제가 재판 결과 기다리고 있을 때, 그 사람은 공탁금 내고 이미 세상에 나온 거예요.”_스토킹 피해자 A씨
9살 초등학생이 하굣길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강남 스쿨존 사망 사고’, 몸싸움 끝에 의식을 잃은 동료를 모텔에 방치해 사망하게 한 ‘부산 모텔 방치 사망 사건’,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분노해 반려견의 배설물을 먹이며 감금·폭행한 ‘교제폭력 사건’까지. 제작진을 찾아온 강력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가해자들이 모두 감형을 받았다며 눈물과 분노를 쏟아냈다.
가해자들이 엄벌에 처해졌을 거란 세상의 기대와 달리, 모두가 형사공탁특례제도를 이용해 감형을 받아낸 상황.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새로운 감형의 기술,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일까.
▶ 돈 내고 감형 ‘삽니다’! 1만여 건의 판결문 전수조사, 그 충격적 결과는?
“피해자를 위해서 개정된 법인데 어떻게 이걸 가해자가 잘 쓴다고 말할 수 있냐고요. 얼마나 좋으면 천사공탁이라고 얘기를 하겠어요?”_교제폭력 피해자 B씨
제작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언제 공탁을 걸어올지 몰라 사건 이후에도 마음 놓을 날이 없다고 말했다. 판결 선고일 직전에 돈을 공탁하는 이른바 ‘기습공탁’으로 인해 하루하루가 초조함의 연속이라는 것. 실제 성범죄피해자 커뮤니티에는 ‘가해자의 기습공탁이 걱정돼 날마다 사건기록만 조회한다’는 글이 수두룩했다.
반면 가해자 측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는 형사공탁이 수감된 가해자를 꺼내줄 한 줄기 빛과 같은 제도라며, ‘천사공탁’이라는 기괴한 별칭까지 등장하고 있다는데. 실제 형사공탁특례제도 시행 이후 공탁 신청건수가 폭증하는 상황 속에서, <PD수첩>은 1만 여건이 넘는 형사재판 판결문을 모두 입수해 조사했다.
분석 결과 공탁이 이뤄진 전체사건 중 형량이 깎인 사건은 86%로, 10명 중 8명이 공탁금을 내고 감형을 받고 있는 현실. 돈으로 감형을 ‘산’ 수많은 사람들, 그 충격적인 전수조사의 결과가 최초 공개된다.
▶ 죄는 가해자가, 피해는 피해자가, 용서는 국가가?
“너무 상처받았어요. 공탁금을 그냥 옜다 던져주는 느낌이었어요. 받을 사람들한테 물어볼 수 있는 거잖아요. 이건 그런 절차 없이 그냥 던지는 거잖아요.”_스쿨존 사망사고 피해자 아버지
형사공탁을 두고 피해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가해자가 공탁으로 감형을 받는 데 있어, 피해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가해자의 공탁금을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으로 간주해, 형량에 반영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에 달려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몇 번이고 법원을 찾아가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심지어는 가해자가 공탁금을 다시 가져가도 좋다는 회수동의서까지 내는 실정이라는데. 피해자는 억울하고, 재판부는 혼란스럽고 그야말로 가해자만 신이 난 총체적 난국의 상황. 피해자를 위해 도입됐다는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이 지경에 이른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한 재판과 마땅한 처분. 그것이 피해의 기억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이라 말하는 피해자들. 그들을 위한 진정한 회복의 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MBC 'PD수첩' <감형의 기술, 천사공탁>은 오늘(7월 25일) 밤 9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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