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부터 74년 사이에 태어나 지금은 50, 60대가 된 ‘제2차 베이비부머’.
고도 성장기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을 겪은 이들은 현재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주축인 허리 세대 역할을 한다.
이들은 모두 95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한 이들이 올해부터 은퇴 시점에 접어들었다. 매년 100만 명씩 10년간 퇴직이 이어질 예정이다.
허리 세대 역할을 하던 이들이 대거 은퇴하는 상황을 두고, 우리나라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0.38% p 하락해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지난 7월 발표됐다. 이에 이들의 은퇴가 국가적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MBC [PD수첩]은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한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이들의 은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본다.
▶ 부모·자녀 모두 부양해야 하는 ‘마처세대’, 노후 준비는 뒷전
72년생 류연수 씨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인 ‘마처세대’다. 류 씨에겐 현재 초등학생인 늦둥이 아들과 병시중을 들어야 할 아픈 아내와 장모가 있었다.
류 씨는 퇴직 후 요식업을 개업하기로 했다. 아이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사정은 류 씨 개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에서 지난 6월에 발표한 ‘돌봄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 중 15%는 부모와 자녀 양쪽 모두를 부양하는, ‘이중 부양’ 상황에 있으며, 부양 비용은 월평균 약 164만 원이라고 한다.
한편, 본인의 노후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89%가 ‘본인’이라고 답했다. 일, 가족 부양, 자기 돌봄까지 부담을 져야 하지만 정작 본인을 돌봐줄 사람은 없다.
▶ “연금만으론 턱없어” 정년퇴직 이후 취·창업 시장에 뛰어든 5060
63년생 박용철 씨는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매 주말 전북 익산에서 상경해 노량진에 위치한 학원을 찾았다. 산업안전 관리자로 지냈던 박 씨는 작년에 60세 정년을 맞았다.
정년퇴직 이후 생업 전선에서 물러났을 나이이지만, 현재는 촉탁직으로서 3개월마다 촉탁직 재계약해야 하는데,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을 거란 불안한 고용 상황에서 학원을 찾은 것이다.
박 씨는 일을 쉴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만으로는 배우자와 생활하기엔 부족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학원을 찾은 고령 수강생은 박 씨뿐만 아니었다. 국민연금을 받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했다고 말하기 어려워 기술을 배우러 온 이들도 있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가 받은 연금액 월평균은 65만 원가량이라고 한다. 노후 ‘최소’ 생활비 124만 3천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 954만 ‘은퇴 쓰나미’가 몰고 올 여파는?
64년생 원덕환 씨는 30년 넘게 수학 학원을 운영해 오다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폐업했다. 환갑을 앞두고 막막했던 원 씨는 일을 지속하고자 지자체 일자리재단을 찾았다.
그곳에서 시니어 인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두 달째 수습 교육을 받던 중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학원을 운영했던 이력이 정규직 채용에 큰 역할을 했다.
정년이 지났음에도 일을 지속하려는 이들은 원 씨뿐만 아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 중 장래 근로 희망자는 69.4%로 조사됐고, 이들의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3세로 나타났다.
은퇴를 앞둔 954만 제2차 베이비부머가 원 씨처럼 일을 지속하려 한다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크게 개편되지 않을까.
제2차 베이비부머가 처한 상황을 통계로 읽는 '은퇴 없는 나라 - 5060 베이비부머 리포트'는 오늘 11월 12일 화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하는 MBC [PD수첩]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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