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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분양의 여왕, 언니가 부자 만들어줄게... 주택 분양 및 전세 시장의 메커니즘

by 암튼무튼 2024.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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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빌라왕’이 되지 않기 위해 본업을 포기한 채 밤낮으로 일을 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아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내어주며 눈물짓는 임대인들이 있다는 제보가 접수되었다.

 

경제적 이득을 바라며 여러 채의 주택을 구매했다가 투자에 실패한 것을 피해라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은 채 만나게 된 그들의 사정은 놀라웠다.

 

이 모든 일이 한 사람, 김 씨(가명)의 덫에 걸려들어 벌어진 일이라는데. 분양 여왕 김 씨의 수법은 대체 무엇이길래 이들은 여러 채의 주택을 짐처럼 지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MBC [PD수첩]은 이들의 주택 분양 전후 사정을 통해 전세 시장의 메커니즘을 살펴봤다.

 

 


◆ 내가 다 책임져줄게, 언니의 달콤한 속삭임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던 2021년, 주택 매입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후회하게 될 거라는 조바심을 느낀 사람들은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100채가 넘는 집을 소유한 부동산 부자로 소개받게 된 언니는 ‘아이들 앞으로 집 한 채는 해줘야 하지 않겠니’, ‘어머니 모시고 살 거면 노후 준비는 해놓아야지’라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동산으로 잠재울 수 있다고 속삭였다. 

 

전례 없는 부동산 호황과 맞물린 언니의 제안에 점점 솔깃해져 가던 어느 날, 언니는 한 부동산 사무실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뒤 몇 장의 오피스텔 분양계약서를 건넸다. 

 

이미 내 도장이 찍힌 분양계약서에 당황스러웠지만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내가 (매물을) 책임질게.’라던 언니의 말을 믿고 홀린 듯 주택을 사게 된 사람들.

김 씨의 그 조건이 없었으면은 절대, 절대 계약 안 했어요. 진짜로. 본인이 책임지겠다. 가지고 가겠다. ‘ 전세 안 나가면요?’ ‘언니가 가져간다니까?’ 그래서 그거 믿고 하게 된 거죠
 _브로커 김 씨 투자자 최주희(가명)

역전세난이 닥치고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너희들 다 잘 살게 도와주겠다’ 던 언니는 여전했을까? 

 

화곡·모란시장의 일수꾼이던 김 씨를 돈 많고 덕 있는 귀인(貴人)이라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 추적한다.

 

 


◆ 이틀 사이 오피스텔 두 동 완판, 분양 여왕의 수상한 영업 비밀
 
 김 씨가 분양을 대행했다고 알려진 서울시 금천구 소재 A 오피스텔의 등기부등본을 조회한 결과, 100여 채에 해당하는 오피스텔 두 동이 단 이틀 사이에 ‘완판’되었다. 

 

수분양자 명단 속 등장하는 이름 대부분이 친인척, 지인 관계였다. 김 씨가 주변인을 끌어모아 열심히 오피스텔을 완판 시킨 이유는 바로 건축주에게 받는 고액의 분양 수수료. 무자격 분양 대행업자인 그녀가 주택 시장에서 활개를 치며 많은 돈을 버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또한, 제작진은 김 씨가 본인의 개인 사업장에 지인들을 근로자로 등록한 뒤, 허위로 소득을 신고하여 탈세를 저질렀다는 정황도 발견했다.

 막 2년을 엄청 힘들어 갖고 그러면서 얘기하고 그랬어요. 둘이 오죽하면 딸은 밑지고도 팔고 싶다고 그랬어요.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 브로커 김 씨 투자자 최정안(가명)

  투자자들은 다주택자에게 각종 세제 혜택이 있다는 김 씨의 말에 솔깃하여 무작정 임대 사업자를 등록하고 주택 수를 불려 나갔다. 

 

그러나 이듬해 금리 인상으로 전세가가 하락하자 임대 사업자 제도는 이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무거운 족쇄가 되는데... 

 

[PD수첩]에서는 분양 여왕 브로커 김 씨를 중심으로 건축주, 부동산 투자 회사, 세입자를 취재하며 부동산 시장의 자유라는 명목하에 방치되고 있는 전세 제도의 면면을 담아냈다.

 

 


◆ 전세 제도를 악용하는 한국 주택 시장의 반복되는 비극
 
  돈을 받기 전까지는 되게 불안하거든요.. 저를 포함한 (세입자) 대여섯 명의 인생과 그 가족들의 인생까지도 어떻게 보면 영향을 미치는 일이잖아요...
_ 세입자 박지환(가명)
 
  2022년 빌라왕 사망 사건으로 깡통전세가 수면 위로 드러난 지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입자들의 고통은 진행 중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전세 보증금을 재원으로 한 갭 투기가 시작되고, 이후 금리가 올라가면 역전세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세입자들은 계속해서 두려움에 떨며 내 한 몸 뉠 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전세금 제도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전세 대출 제도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주택 임대 사업자 제도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이제 하나라도 모르면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게 한국 주택 시장의 비극입니다.
- 법무법인 융평 김태근 변호사

  김 씨는 건축주에게 적정 수수료 이상의 액수를 요구하며 완판을 약속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주택 매입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원래 분양 가격에서 500만 원이 깎인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김 씨의 이런 무리한 분양 대행 행태는 모두 제도권 안의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일개 개인이 분양 시장을 좌지우지하며 분양가와 갭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지금의 전세 시장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PD수첩]이 낱낱이 파헤쳤다.

 빈틈 많은 전세 시장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고 있는 것일까. 또한 계약서, 등기부등본 등 공식 문서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 분양의 여왕은 어디에 있을까? 

 

MBC [PD수첩] 1438회 '분양의 여왕, 언니가 부자 만들어줄게'는 오늘 29일 (화) 밤 10시 2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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